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윤리적, 철학적 믿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신은 대체로 당신만큼 똑똑하고 정보에 밝으며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이러한 믿음 중 상당수에 대해 당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자신의 믿음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야 할까, 아니면 얻어야 할까? 자신의 믿음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믿음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문제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반응이 필요할까?
이것이 바로 의견 불일치의 인식론적 문제이다.
1. 인식적 동등자들 간의 의견 불일치(Peer Disagreement)
철학자들은 우선 이상화된 “인식적 동등자들 간의 의견 불일치”(Peer Disagreement)의 사례들을 검토함으로써 의견 불일치의 인식론적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인식적 동등자”(epistemic peers)라는 것은 그 문제에 대해 옳을 가능성이 동등하다는 것이다. 인식적 동등자들은 정보, 지능, 지적인 미덕과 같이 참인 믿음을 가지는 데 기여하는 요소 면에서 거의 동등한 수준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의견 불일치는 이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인식적 동등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논의할 것이다.)
문제는 인식적 동등자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달리할 때 그중 적어도 한 명은 반드시 틀렸다는 것이다. 즉, 적어도 한 명은 그 문제에 대해 거짓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동등자들 간의 의견 불일치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동등자들은 옳을 가능성이 똑같이 높고, 따라서 한 사람이 실수했을 가능성이 다른 사람이 실수했을 가능성만큼이나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식적 동등자가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이성적(rational)일까? 물론 증거를 더 찾고 자신의 추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겠지만, 중심적인 인식론적 질문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두 가지 주요 입장이 있다. 의견 불일치에 대한 조정적 견해(conciliatory views)는 인식적 동등자의 의견 불일치를 발견하면 자신의 믿음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믿음에 대한 자신감을 낮추는 것이 이성적으로(rationally)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의견 불일치에 대한 불변적 견해(steadfast views)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믿는 것이 이성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조정적 견해(Conciliatory Views)
조정적 견해는 어떤 주장에 대해 인식적 동등자가 반대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적으로 요구되는 변화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조정적 견해가 있다. 가장 많이 논의되는 조정적 견해는 균등 가중치 견해(Equal Weight view)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자신의 믿음과 상대방의 믿음에 동등한 증거적 가중치(evidential weight)를 부여해야 하며, 각각이 같은 정도로 합리적인(equally reasonable)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또한 동등한 가중치를 부여하려면 두 인식적 동등자 각자가 “차이를 나누고”(split the difference) 중간 지점에서 만날 것이 요구된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한 사람은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다른 사람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균등 가중치 견해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suspend)해야 한다. 다른 반응은 비이성적인 것이다.
다음 두 가지 사례를 비롯한 여러 고려사항들이 균등 가중치 견해를 지지한다. 첫 번째는 온도계 사례이다.
당신과 나는 같은 방에 있다. 우리는 각각 똑같이 신뢰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믿는 온도계를 가지고 있다. 내 온도계는 22도이고 당신의 온도계는 23도이다.
방의 온도에 대해 무엇을 믿어야 할까? 단순히 내 온도계에 그렇게 표시된다는 이유만으로 온도가 22도라고 믿는 것은 자의적인 편향이다. 당신의 온도계에 표시되는 것이 내 온도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도가 22도가 아니라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양보하는 것이다. 22도인지 23도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이성적인 반응인 것 같다. 우리는 정확한 온도에 대한 믿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식당 계산서 사례이다.
다섯 명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는 모두 누가 무엇을 주문했는지에 관계 없이 똑같이 나누어 계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브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본 결과 각자의 몫이 43달러라고 확신하게 된다. 한편, 인식적 동등자인 에바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본 결과 각자의 몫이 45달러라고 확신하게 된다.[1]
직관적으로 이브는 에바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각자의 몫이 43달러라는 자신의 믿음을 버려야 한다. 다시 말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브는 각자의 몫에 대한 구체적인 믿음을 가져서는 안 되며, 테이블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3. 불변적 견해(Steadfast Views)
모든 사람이 이러한 결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적어도 이러한 사례들에 대한 직관은 인식적 동등자들 간의 다른 의견 불일치 사례들로 일반화되지는 않는다. 불변적 견해에 따르면, 인식적 동등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전의 믿음을 고수하는 것이 이성적일 수 있다.
불변적 견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동기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누가 올바르게 추론했는지가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계산서 사례로 돌아가서, 이브가 실제로 계산을 올바르게 했다면 이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그녀가 자신의 증거를 올바르게 평가했다면, 그녀는 자신이 믿었던 것을 계속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믿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2] 또한 보다 극단적인 의견 불일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할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바가 각자의 몫이 4,500달러라고 믿었다면 어떨까? 이브는 여전히 자신감을 잃어야 할까, 아니면 그 계산을 완전히 무시해야 할까?[3]
불변적 견해를 뒷받침하는 두 번째 동기는 자기 신뢰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 생각은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당사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이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는 (온도계의 경우와 달리) 우선시되어야 하며, 이는 의견 불일치에서 균형을 깨는 역할을 할 수 있다.
4. 결론
이상화된 인식적 동등자 간의 의견 불일치에 대한 논쟁은 어렵다. 인식적 동등자 간의 의견 불일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일상적인 의견 불일치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에서의 의견 불일치는 훨씬 더 복잡하다.[4] 정치적, 종교적, 윤리적, 철학적 믿음과 관련하여 당신은 당신과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 가운데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인식적 동등자가 아니다. 때로는 그들이 우리보다 인식적 우월자(epistemic superiors)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나보다 더 옳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의견을 어떻게 저울질해야 할까?[5]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믿음은 결국 어디로 귀결될까? 현실의 의견 불일치를 다루는 것은 복잡한 이상화된 의견 불일치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우리의 믿음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작업이다.
주석
[1] 이 사례는 Christensen (2007), 193쪽을 따른다.
[2] 이 견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Kelly (2005) 참조.
[3] 극단적인 의견 불일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Lackey (2010) 및 Christensen (2009) 참조.
[4] King (2011) 참조.
[5] 또한 이러한 의견들이 항상 독립적으로 주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Lackey (2013) 참조.
참고 문헌
Christensen, David (2007). “Epistemology of Disagreement: The Good News.” Philosophical Review 116: 187-218.
Feldman, Richard (2006). “Reasonable Religious Disagreements.” In L. Antony, ed., Philosophers without Gods: Meditations on Atheism and the Secular Life.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Frances, Bryan and Jonathan Matheson (2018). “Disagreement” (co-authored with Bryan Frances).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Spring 2018 Edition), Edward N. Zalta (ed.), URL =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spr2018/entries/disagreement/>.
Kelly, Thomas (2005). “The Epistemic Significance of Disagreement,” in T. Gendler and J. Hawthorne, eds., Oxford Studies in Epistemology, vol. 1.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King, Nathan. (2011). “Disagreement: What’s the Problem? Or A Good Peer is Hard to Find.”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85(2): 249-272.
Lackey, Jennifer (2010). “What Should We Do When We Disagree?” In Oxford Studies in Epistemology, Vol. 3. Eds. Tamar Szabo Gendler and John Hawthorn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Matheson, Jonathan (2016). The Epistemic Significance of Disagreement. Hampshire: Palgrave.
관련 에세이
Take My Word for It: On Testimony by Spencer Case (번역본: 제 말을 믿으세요: 증언에 대하여)
Moral Testimony by Annaleigh Curtis (번역본: 도덕적 증언)
Epistemic Justification: What is Rational Belief? by Todd R. Long
Expertise by Jamie Carlin Watson (번역본: 전문성: 전문가란 무엇인가?)
Is it Wrong to Believe Without Sufficient Evidence? W.K. Clifford’s “The Ethics of Belief” by Spencer Case (번역본: 충분한 증거 없이 믿는 것은 잘못인가? W.K. 클리포드의 “믿음의 윤리학”)
Agnosticism about God’s Existence by Sylwia Wilczewska (번역본: 신의 존재에 대한 불가지론)
Pascal’s Wager: A Pragmatic Argument for Belief in God by Liz Jackson
저자 소개
조나단 매더슨(Jonathan Matheson)은 노스플로리다 대학교(the University of North Florida) 철학과 부교수입니다. 그는 The Epistemology of Disagreement (Palgrave)의 저자이자 The Ethics of Belief: Individual and Social (Oxford University Press)의 공동 편집자입니다. 또한 인식론과 종교 철학에 관한 많은 글을 썼습니다. jonathandmatheson.wordpress.com
이 글은 Jonathan Matheson의 The Epistemology of Disagreement를 번역한 것입니다.
1000-Word Philosophy 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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