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철학 사상을 배우고 그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다면,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philosophy as a way of life, PWOL)이라고 불리는 접근 방식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PWOL은 개념 또는 논증을 분석하거나 세계에 대한 이론을 구성하는 것 대신, 철학적으로 살아가는 실천을 강조하는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여기에는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뿐 아니라 우리의 행동을 우리의 세계관과 일치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수련(practical exercises)이 포함됩니다. 가령, 덕 있는 삶(virtuous life)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증을 분석하는 것과 스스로 덕의 습관(virtuous habit)을 기르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1]
이 글에서는 PWOL 접근법을 소개하고 오늘날 철학적으로 사는 것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합니다.
1. 피에르 아도(Pierre Hadot)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아도(1922~2010)의 연구의 영향으로 많은 현대 철학자들이 철학에 대한 PWOL 접근법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아도는 많은 고대 철학자들이 그들의 철학적 사고가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형성해야 한다고 믿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토아주의자들[2]과 에피쿠로스주의자들[3]은 지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지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상이나 원리(intellectual commitment)에 따라 사는 것을 장려하는 학파를 형성했습니다. 아도는 철학적으로 산다는 것은 세계에 대한 진화하는 자신의 이해와 일관되게 살기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실천이라고 주장합니다.[4]
2. 좋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
철학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좋은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어떤 종류의 직업을 추구해야 하는가?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나의 책임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사람들에게서 활발한 철학적 논쟁을 끌어내며 그들의 견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도록 만듭니다.[5] 여기서 우리는 비판적 성찰을 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비판적 성찰은 이러한 견해들의 장점을 고려하고, 다른 견해들과 어떻게 비교되는지, 어떤 견해들이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가치들을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보는 것을 포함합니다.[6]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마주했을 때 비판적 성찰을 하는 것은 평생 추구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의 상황이 달라지면 우리의 견해를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열린 마음과 사려 깊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그 외에 다른 것들도 필요합니다.
3. 영적 수련(Spiritual Exercises)
비판적 성찰은 철학적으로 사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좋은 삶에 대한 매우 훌륭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에 따라 행동하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제가 무분별한 소비가 좋은 삶을 훼손한다고 믿는다면, 여러분은 제가 적어도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를 기대할 것입니다.[7]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는 종종 우리의 이상에 완전히 부응하지 못합니다.[8]
따라서 사상에 대한 지적 수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의 행동과 감정 등의 변화도 있어야 합니다. 아도는 그가 “영적” 수련이라고 부르는 것을 통해 우리가 우리 주변의 세계를 바라보고 참여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러한 수련은 종교적이라는 의미에서 영적인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영적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이것이 수련인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행동하는 철학적 실천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마치 신체적 수련처럼, 습관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4. PWOL을 위한 공식, 그리고 현대의 예
비판적 성찰과 영적 수련이 어떻게 함께 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예를 살펴봅시다.
1단계: 새로운 이론에 대해 배우기.
제가 에피쿠로스주의에 대해 배우고 있고, 행복한 삶의 핵심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것은 부분적으로 어떤 욕구가 우리의 쾌락에 기여하고 어떤 욕구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지 주의 깊게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읽었다고 가정해 봅시다.[9]
2단계: 현재의 습관 평가하기 — 이 경우에는 이론에 비추어 나의 욕구를 평가하기.
돈이나 인기와 같은 일부 욕구는 결코 완전히 충족될 수 없으므로 우리에게 고통을 줍니다. 이러한 통찰을 통해 저는 저의 소셜 미디어 활동이 인기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3단계: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습관을 채택합니다.
일주일 동안 소셜 미디어 게시를 중단합니다.
4단계: 이 습관을 실천하는 동안, 나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이 새로운 습관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성찰합니다.
이제 저는 이 관점이 제가 원하는 삶을 사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10]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의 이해, 성찰, 적용 과정
스토아주의를 통해 또 하나의 예를 살펴봅시다. 위의 공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과정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 스토아주의자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믿음 중 하나는 우리가 가진 두려움과 불안은 대부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11]
-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 시험을 망친 경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받은 성적은 바꿀 수 없고 그것이 내 학점에 미치는 영향도 바꿀 수 없으며, 이는 나의 통제 범위 밖에 있습니다.
- 계획이 실패했거나 특정 결과에 실망했을 때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스토아 철학자들은 “평정심”(equanimity) 또는 정신적 평온함(mental calmness)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우리의 주의와 노력을 집중함으로써 이룰 수 있습니다.
- 어느 정도 성찰을 한 후에 우리는 이론을 재평가하고 과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됩니다.
5. 결론
이 과정은 많은 이론들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12] 효율적 이타주의나, 우리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관한 다른 논증들을 배우고 있나요?[13] 한 달 동안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이 당신의 이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해 보세요. 동물권에 대해 배우고 있나요? 채식주의 식단을 채택하고 이 새로운 관점에 대해 성찰해 보세요.[14] 지적 신중함과 같은 지적인 덕[15]을 기르려고 노력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에 대해서, 그리고 진리를 믿으려는 당신의 노력에 대해서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철학적 이론이든, PWOL의 의도는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을 실천하는 것은 이론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우리의 지적 노력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PWOL에 대해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과정을 직접 시도해 보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주석
[1] 아리스토텔레스와 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데이비드 메리(David Merry)의 Virtue Ethics를 참조하세요.
[2]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Meditations)이나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The Enchiridion)은 모두 스토아주의에 관한 주요 문헌입니다. 현 시대를 위한 스토아주의에 대한 훌륭한 소개는 Pigliucci (2017)를 참고하세요.
[3] 삶의 방식으로서의 에피쿠로스주의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는 Austin (2022)을 참고하세요.
[4] Hadot (1995: p. 275).
[5] 이 논쟁의 쟁점에는 모든 사람이 채택해야 할 좋은 삶의 구체적인 모델이 있는지, 아니면 우리 각자가 각자의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포함합니다. 이러한 주제와 관련된 논의로는 매튜 피아날토(Matthew Pianalto)의 Meaning in Life: What Makes Our Lives Meaningful?를 참조하세요.
[6] 스펜서 케이스(Spencer Case)의 Is it Wrong to Believe Without Sufficient Evidence?는 “믿음의 윤리학”에 대한 유용한 설명을 제공하며, 여기에서 권장하는 종류의 비판적 성찰을 하는 데 유용한 안내가 될 수 있습니다.
[7] 소비 행위와 그것이 우리의 행복(wellbeing)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탄탄한 논의로 Darr(2022)를 참조하세요.
[8]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Protagoras)는 이 문제에 대한 긴 성찰입니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 7:15-20에서 이 문제와 씨름합니다.
[9] 이러한 관점에 대한 더 포괄적인 설명은 Austin (2022), 특히 5장(“What do you want?”)을 참조하세요.
[10] 이 예는 PWOL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단순화한 것이지만, 여러분이 이것을 직접 시도해 보는 데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11] 이 스토아적 믿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마이클 트렘블레이(Michael Tremblay)의 “What Many People Misunderstand About the Stoic Dichotomy of Control”을 참조하세요.
[12] 여기에는 비철학적 작업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빈 월 키머러(Robin Wall Kimmerer)는 환경 생물학자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은 독자들이 자신의 믿음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변혁적인 삶의 방식을 실천하도록 도전하기 때문에 그녀는 철학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훌륭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Kimmerer (2013) 및 Kimmerer (2015)를 참조하세요.
[13] 효율적 이타주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브랜든 보쉬(Brandon Boesch)의 Ethics and Absolute Poverty (번역본: 윤리와 절대 빈곤: 피터 싱어와 효율적 이타주의)를 참조하세요. Singer(2015)도 참조하세요.
[14] 동물과 관련된 몇 가지 윤리적 이슈에 대한 소개는 제이슨 와이코프(Jason Wyckoff)의 The Moral Status of Animals, 댄 로우(Dan Lowe)의 Speciesism, 그리고 다니엘 웰트먼(Daniel Weltman)의 “Can They Suffer?”: Bentham on our Obligations to Animals를 참조하세요.
[15] 지적인 덕에 대한 훌륭한 소개는 King (2021)을 참조하세요.
참고 문헌
Aurelius, Marcus (2003). Meditations. Translated by Gregory Hays. Penguin Random House. (2003).
(번역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천병희 역, 『명상록』, 도서출판 숲, 2005.)
Austin, Emily A (2022). Living for Pleasure: An Epicurean Guide to Life. Oxford UP.
Epictetus. The Enchiridion, trans. Elizabeth Carter. Internet Classics Archive.
(번역본1: 에픽테토스, 김재홍 역,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강의 3·4, 엥케이리디온, 단편』, 그린비, 2023.)
(번역본2: 에픽테토스, 김재홍 역, 「엥케이리디온」, 『왕보다 더 자유로운 삶: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 대화록 연구』, 서광사, 2013.)
Kimmerer, Robin Wall (2015). Braiding Sweetgrass: Indigenous Wisdom, Scientific Knowledge, and the Teachings of Plants. Milkweed.
(번역본: 로빈 월 키머러, 노승영 역, 『향모를 땋으며: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에이도스, 2021.)
King, Nathan (2021) The Excellent Mind: Intellectual Virtues for Everyday Life. Oxford UP.
Pigliucci, Massimo (2017). How to Be a Stoic: Using Ancient Philosophy to Live a Modern Life. Hachette Book Group.
(번역본: 마시모 피글리우치, 석기용 역,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성격 급한 뉴요커, 고대 철학의 지혜를 만나다』, 든, 2019.)
Plato. Protagoras, trans. Benjamin Jowett. Project Gutenberg
(번역본1: 플라톤, 강성훈 역, 『프로타고라스』, 아카넷, 2021.)
(번역본2: 플라톤, 박종현 역,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 라케스 / 메논』, 서광사, 2010.)
Singer, Peter (2010). The Life You Can Save: How to Do Your Part to End World Poverty. The Life You Can Save. (2019). www.thelifeyoucansave.org
(번역본: 피터 싱어, 함규진 역,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산책자, 2009.)
관련 에세이
Virtue Ethics by David Merry
Critical Thinking: What is it to be a Critical Thinker? by Carolina Flores (번역본: 비판적 사고: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Is it Wrong to Believe Without Sufficient Evidence? W.K. Clifford’s “Ethics of Belief” by Spencer Case (번역본: 충분한 증거 없이 믿는 것은 잘못인가? W.K. 클리포드의 “믿음의 윤리학”)
Ancient Cynicism: Rejecting Civilization and Returning to Nature by G. M. Trujillo, Jr.
What is Philosophy? by Thomas Metcalf (번역본: 철학이란 무엇인가?)
Meaning in Life: What Makes Our Lives Meaningful? by Matthew Pianalto
Ethics and Absolute Poverty: Peter Singer and Effective Altruism by Brandon Boesch (번역본: 윤리와 절대 빈곤: 피터 싱어와 효율적 이타주의)
Theories of Moral Considerability: Who and What Matters Morally? by Jonathan Spelman
The Moral Status of Animals by Jason Wyckoff
Speciesism by Dan Lowe
“Can They Suffer?”: Bentham on our Obligations to Animals by Daniel Weltman
저자 소개
크리스틴 달(Christine Darr)은 더뷰크 대학교(the University of Dubuque)의 철학과 부교수입니다. 저서로는 The Production of Consumers and the Formation of Desire: A Neo-Thomist Perspective가 있습니다. 그녀는 환경 윤리, 복잡한 생각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것,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 자연에 경외감을 느끼는 것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dbq.edu/Academics/OfficeofAcademicAffairs/AcademicDepartments/PhilosophyPoliticsandHistory/Faculty
이 글은 Christine Darr의 Philosophy as a Way of Life를 번역한 것입니다.
1000-Word Philosophy 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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