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개소리와 싸우는 방법 (그리고 직업과 존엄성을 지키기) – André Spicer

컨퍼런스 호텔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창의성 워크숍’ 장소를 찾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합류하여 책상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았다. 곧, 나이 든 히피 한 명이 일어서서 이렇게 말했다. “방 안을 돌아다니며 자기소개를 하세요. 하지만 말은 하지 마세요.” 몇 분 동안 사람들이 미친 듯한 몸짓을 한 후, 히피가 우리를 멈추게 했다. “이제 만다라를 하나씩 가져가세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마음 챙김 색칠 공부 책에서 뜯어낸 것 같은 종이 더미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매직펜 더미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저것들을 사용해서 여러분의 만다라에 생명을 불어넣으세요.” 30분 동안 색칠을 한 후, 그는 우리에게 만다라를 공유하라고 말했다. 한 여성은 그녀의 붉은 만다라가 어떻게 그녀의 열정적인 본성을 나타내는지 설명했다. 한 남성은 그의 검은 만다라가 어떻게 그의 삶을 괴롭히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지 설명했다. 세 번째 사람은 말에는 너무 제약이 많다고 느껴서, 그녀의 만다라를 춤으로 표현했다. 세션이 끝난 후 방을 나서면서, 한 참가자가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정말 완전히 개소리네요.”

세계 곳곳에서 많은 조직들이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괴상한 활동을 장려한다. 나는 직장 워크숍에서 비트박스와 아프리카 드럼 연주를 배운 적이 있다. 또한 직원들에게 뜨거운 숯 위를 걷게 하거나, 군사 유격 훈련을 받게 하는, 혹은 뗏목을 타고 위험한 급류를 따라 내려가도록 하는 조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직원들에게 란제리 쇼를 하게 하거나, 곤충을 먹는 ‘부시 터커 시험'(bush-tucker trial)에 참여하게 하고, 거대한 동물 의상을 입고 동화를 연기하게 하는 조직도 있다.

만다라 색칠 워크숍에서 만났던 냉소적인 참가자는 그것을 ‘개소리’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단어를 현명하게 선택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Harry Frankfurt)는 개소리를 진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거짓말은 진리를 가리지만, 개소리는 공허하고 진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만다라 워크숍은 개소리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많이 보여 주었다. 그 세션에는 사실이 없었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가득했다. 참가자들은 ‘진정성’, ‘자아실현’, ‘창의성’과 같은 유행어들 사이를 넘나들었다. 이 공허한 말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노력할수록 의미가 없어 보였다. 행사 동안 나는 그저 정중하게 진행을 따랐다.

십여 년 이상 비즈니스와 조직을 연구한 내가 장담하건대, 나의 영웅적이지 못한 반응은 매우 표준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보인 것과 같은 나쁜 예를 따르고 대본에 충실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중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개소리는 사회적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개소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친구를 잃고 사람들과 멀어지는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개소리 냄새가 나더라도 갈등을 피하고 정중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것을 기꺼이 무시한다. 진실을 말하려는 의지보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유지하려는 욕구가 앞서는 것이다.

프랭크퍼트는 그의 On Bullshit (2005)(한국어 번역본: 『개소리에 대하여』, 필로소픽, 2023.)에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과 비트겐슈타인의 친구이자 러시아어 교사인 파니아 파스칼(Fania Pascal) 사이의 일화를 간략하게 언급한다. 파스칼은 이렇게 썼다. “편도선 수술을 받고 이블린 요양원에서 나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는데, 비트겐슈타인이 전화를 했다. 나는 ‘차에 치인 개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고 불평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역겨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차에 치인 개가 어떤 느낌인지 당신은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비트겐슈타인의 반응은 이상할 뿐 아니라 무례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위대한 철학자는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 프랭크퍼트의 대답은 ‘비트겐슈타인은 평생 동안 그가 은밀하게 파괴적인 형태의 “헛소리”(non-sense)라고 여겼던 것을 식별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데 철학적 에너지를 주로 쏟았다’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이 파스칼의 발언에 ‘역겨움’을 느낀 이유는 그것이 ‘현실을 묘사하는 일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말이 정확한지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우리가 개소리에 직면할 때마다 비트겐슈타인처럼 반응한다면, 우리의 삶은 아마도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예를 따르는 대신, 정중하게 개소리를 지적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증거가 무엇을 말하는지 차분히 묻는 것이다. 이것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화 상대방의 견해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단계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작동할지 묻는 것이다. 예일 대학의 심리학자 레오니드 로젠블릿(Leonid Rozenblit)과 프랭크 케일(Frank Keil)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피실험자들에게 변기와 같은 일상적인 물건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1~7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요청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4 또는 5 정도라고 답했다. 그러나 변기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라고 요청했을 때, 그들은 자신의 변기 전문 지식에 대한 평가를 3 미만으로 낮추었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개소리꾼들에게 그들의 아이디어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은 그들을 자제시키는 또 다른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개소리꾼에게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라. 종종, 개소리의 대가들(bullshit artists)은 ‘세계화’, ‘촉진’, ‘최적화’와 같은 ‘좀비 명사’에 의존한다. 불필요한 언어적 군더더기를 넘어서는 것은 모든 사람이 실질적인 것은 무엇이고 장식적인 말로 치장된 것은 무엇인지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료에게 정중하게 질문하는 것도 일이지만, 후배 동료들의 개소리를 지적하는 것은 훨씬 더 까다롭다.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에는 귀를 기울이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런던 킹스칼리지의 프레데릭 안실(Frederik Anseel)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미래에 초점을 맞출 때 사람들이 기꺼이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과거에 후배가 했던 개소리에 집중하는 대신, 앞으로 어떻게 하면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묻는 것이 더 낫다.

부하 직원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적하는 것이 어렵다면, 상사의 개소리를 지적하는 것은 보통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장려하는 조직이 직원들을 유지하고, 더 많이 배우며,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상사의 분노를 사지 않으면서 그들의 개소리에 의문을 제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이선 버리스(Ethan Burris)의 한 연구는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는 직원이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도전하는’ 질문은 처벌을 받았고, 협력적인 질문은 공정한 경청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상사에게 달려가서 “당신의 개소리를 믿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좋은 생각일 것이다. “증거가 무엇을 말하는지 확인해 보고 조금 조정해서 개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개소리 공격을 받게 되면, 정중하게 멍을 때리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소리의 대가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줄 뿐이다. 아니면 비트겐슈타인의 예를 따라 반격하고 싶을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개소리꾼들은 정면 공격에 영향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허한 말과의 싸움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질문을 반박이 아닌 건설적인 수정의 방식으로 제기함으로써 헛소리꾼을 우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면 바깥에서 분노하는 대신 내부에서 혼란을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앙드레 스파이서(André Spicer)는 런던 시티 대학교 카스 경영대학원의 조직행동학 교수이다. 그는 칼 세데르스트룀(Carl Cederström)과 공저한 Desperately Seeking Self-Improvement: A Year Inside the Optimisation Movement (2017)(한국어 번역본: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삶의 최적화를 위한 1년간의 처절한 실험』, 매일경제신문사, 2018.)의 저자이다. 최근 저서로는 Business Bullshit (2018)이 있다.


이 글은 Aeon에 게재된 How to fight work bullshit (and keep your job and your dignity)을 번역한 것입니다.
Aeon의 번역 및 배포 기준을 준수하여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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