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를 원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1]
이 글은 행복에 대한 네 가지 주요 철학 이론을 다룬다.[2]
1. 쾌락주의 (Hedonism)
쾌락주의에 따르면, 행복은 단순히 쾌락의 경험이다.[3] 행복한 사람은 삶에서 불쾌감(고통)보다 쾌락을 훨씬 더 많이 느낀다. 따라서 행복하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는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행복한 것과 행복을 느끼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유명한 쾌락주의자로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curus)와 근대 영국 철학자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있다.[4] 이들은 모두 행복이 육체적 쾌락(예: 성행위)뿐만 아니라 지적 쾌락(예: 책 읽기)도 포함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행복을 기분 좋은 것과 연관 짓지만, 많은 철학자들은 쾌락주의가 틀렸다고 본다.
첫째, 기분이 좋지 않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예: 행복한 사람이 치통을 겪을 때). 또한 행복하지 않으면서도 기분이 좋을 수 있다(예: 불행한 사람이 마사지를 받을 때). 행복과 쾌락이 분리될 수 있으므로, 둘은 동일한 것일 수 없다.
둘째, 행복과 쾌락은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쾌락은 흔히 일시적이고, 단순하며, 피상적이다(아이스크림을 먹을 때의 쾌락을 생각해 보라). 반면 행복은 지속적이고, 복잡하며, 심오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것들은 동일할 수 없으므로, 행복은 쾌락과 동일한 것일 수 없다.
이러한 논증들은 행복과 쾌락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 해도, 전혀 기분이 좋지 않은 행복한 사람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아마도 행복은 쾌락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2. 덕 이론 (Virtue Theory)
덕 이론에 따르면, 행복은 (도덕적인, 그리고 지적인) 덕을 함양한 결과이다. 이러한 덕에는 지혜, 용기, 절제, 인내 등이 포함된다. 행복한 사람은 덕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행복하다는 것은 탁월성(excellence)을 함양하고 그 결과로 번영하는(flourish) 것이다. 이 견해는 플라톤(Plato),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스토아학파(the Stoics)가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5]
행복을 덕과 연결하는 것에는 행복을 지속적이고, 복잡하며, 심오한 현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또한 행복과 쾌락이 분리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덕 있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고, 덕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기분이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덕 이론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덕을 갖춘다는 것의 중요한 부분은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도덕한 사람들이 항상 불행한가? 꼭 그렇지는 않다. 많은 나쁜 사람들은 그들의 비도덕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 때문에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지적인 덕에 대해서도 유사한 지적을 할 수 있다. 지혜롭지 못하거나 비합리적인 사람들이 항상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사실, 이러한 사람들 중 일부는 지적 결함의 직접적 결과로 행복해 보인다. “모르는 게 약이다”(Ignorance is bliss)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덕 이론가들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응답할 수 있다. 일부 부도덕한 사람들이 표면적으로는 행복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더 깊은 차원에서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적인 덕이 부족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무지가 행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행복감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욕구 충족 이론 (Desire Satisfaction Theory)
욕구 충족 이론에 따르면,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행복한 사람은 많은 욕구가 충족된 사람이다. 그리고 더 많은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 행복하다.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행복을 욕구 충족과 동일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이것은 더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이 욕구를 충족하는 것임을 함축한다. 이는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때로 우리의 행복은 이전에 원하지 않았던 것을 얻음으로써 증가한다. 예를 들어 깜짝 생일 파티나 이웃집 고양이를 돌보게 된 경우처럼 말이다. 이는 욕구 충족이 행복의 필요조건이 아님을 함축한다.
욕구 충족은 행복의 충분조건도 아니다. 불행히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도 실망을 느끼는 것은 흔하다. 학위를 받거나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같은 많은 성취들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6]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때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해도, 이러한 반례들은 행복이 욕구 충족에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7]
4. 삶의 만족 이론 (Life Satisfaction Theory)
삶의 만족 이론에 따르면, 행복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데 있다. 행복한 사람은 삶의 모든 개별적 측면에 대해 행복한 것은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진다. 따라서 행복하다는 것은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해 만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만족이 정서적인 것(느낌)인지 인지적인 것(믿음)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한편으로, 삶의 만족은 확실히 긍정적 느낌을 동반한다. 다른 한편으로, 기분이 우울할 때조차도,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좋은 삶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8]
이 이론의 한 가지 문제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느끼는 것과 삶 전반에 대해 느끼는 것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날씨가 좋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한다고 보고한다. 날씨가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삶의 만족을 측정하는 것은 복잡하므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신중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9]
5. 결론
행복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 앞에서 제시된 논증들을 고려하여, 당신이 참이라고 생각하는 행복 이론을 선택하라.
둘째, 선택한 이론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라. 가령,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 노력하라(쾌락주의). 도덕적·지적 덕을 함양하라(덕 이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욕구 충족 이론). 또는 자신의 삶(또는 삶에 대한 태도)을 변화시켜 삶이 잘 되어간다고 느끼거나 믿도록 하라(삶의 만족 이론).
그리고 만약 어느 행복 이론이 참인지 확신하지 못한다면, 이 모든 것들을 추구해 보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 😊
주석
[1] 이것은 철학적 질문이라기보다 경험적(과학적) 질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은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개념적 질문을 다루며, 개념적 질문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
[2] 행복은 일반적으로 ‘웰빙(well-being)’, 즉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상태와 구분된다. 행복이 웰빙과 같은 것인지는 열린 질문이지만,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이 둘이 다르다고 본다. 예를 들어 Haybron (2020)을 보라.
[3] ‘쾌락주의(hedonism)’라는 단어는 철학에서 여러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 글에서 ‘쾌락주의’는 행복이 쾌락과 같다는 의미이다(행복에 관한 쾌락주의). 하지만 때로는 쾌락만이 내재적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로 사용되거나(가치에 관한 쾌락주의), 인간은 항상 오직 쾌락만을 동기로 행동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심리적 쾌락주의). 이 개념들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4] 에피쿠로스와 행복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Konstan (2018)을 보라. 벤담과 밀의 행복론에 관해서는 Driver (2014)와 더불어, Dale E. Miller의 John Stuart Mill on The Good Life: Higher-Quality Pleasures, 그리고 Shane Gronholz의 Consequentialism을 보라.
[5] 플라톤과 행복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Frede (2017)를, 아리스토텔레스와 행복에 관해서는 Kraut (2018)를, 스토아학파와 행복에 관해서는 Baltzly (2019)를 보라.
[6] 이러한 맥락에서의 실망 현상에 관해서는, 예를 들어 Ben Shahar (2007)를 보라.
[7] 욕구 충족 이론에 대한 더 많은 반론은 Shafer-Landau (2018)와 Vitrano (2013)를 보라.
[8] 행복이 삶의 만족이라면,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 틀릴 수 없다는 의미에서 행복은 “주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행복이 이러한 의미에서 주관적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사람이 자신의 행복 여부에 대해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다른 행복 이론을 선호할 것이다.
[9] Weimann, Knabe and Schob (2015)와 Berk (2018)를 보라.
참고문헌
Ben-Shahar, Tal (2007). Happier. New York: McGraw-Hill.
번역본: 탈 벤 샤하르, 노혜숙 역, 『하버드는 학생들에게 행복을 가르친다 – 매일 놀라운 변화를 만드는 체계적인 행복 공식』, 위즈덤하우스, 2022.
Haybron, Dan, “Happiness”,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Summer 2020 Edition), Edward N. Zalta (ed.).
Vitrano, Christine (2013). The Nature and Value of Happiness. Boulder: Westview Press.
관련 에세이
Stoicism: Finding Happiness in What’s Under Your Control by Matthew Pianalto (번역본: 스토아 철학: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 행복 찾기)
Meaning in Life: What Makes Our Lives Meaningful? by Matthew Pianalto
Transformative Experiences: Can Life-Changing Choices Be Both Rational and Authentic? by Felipe Pereira
The Philosophy of Humor: What Makes Something Funny? by Chris A. Kramer
Virtue Ethics by David Merry
John Stuart Mill on The Good Life: Higher-Quality Pleasures by Dale E. Miller
Consequentialism by Shane Gronholz
Animal Minds by Tiina Carita Rosenqvist
Ethical Egoism by Nathan Nobis
Ancient Cynicism: Rejecting Civilization and Returning to Nature by G. M. Trujillo, Jr.
What Is It To Love Someone? by Felipe Pereira
Camus on the Absurd: The Myth of Sisyphus by Erik Van Aken (번역본: 카뮈의 부조리론: 시지프 신화)
Ethics and Absolute Poverty: Peter Singer and Effective Altruism by Brandon Boesch (번역본: 윤리와 절대 빈곤: 피터 싱어와 효율적 이타주의)
Is Death Bad? Epicurus and Lucretius on the Fear of Death by Frederik Kaufman
저자 소개
키키 버크(Kiki Berk) 박사는 서던 뉴햄프셔 대학교(Southern New Hampshire University) 철학과 부교수이다. 2010년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U University Amsterdam)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죽음과 삶의 의미에 관한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글은 Kiki Berk의 Happiness: What is it to be Happy?를 번역한 것입니다.
1000-Word Philosophy 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