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에세이는 철학적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3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글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동일성 접근법(the Sameness Approach)과 차이 접근법(the Difference Approach)을 다룬 처음 두 글은 애널리 커티스(Annaleigh Curtis)가, 지배 접근법(the Dominance Approach)을 다룬 세 번째 글은 첼시 하라미아(Chelsea Haramia)가 작성했습니다. 첫 번째 글은 여기에서(번역본은 여기에서), 세 번째 글은 여기에서(번역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의 제1부에서 언급했듯이, 정치적 운동에서 비롯된 사상의 흐름은 종종 분류하기 어렵고 여러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다루는 차이 접근법은 해스랭어(Haslanger)와 해켓(Hackett)의 분류를 따른 것으로,[1] 다른 문헌에서는 급진적(radical) 페미니즘, 문화적(cultural) 페미니즘, 또는 여성 중심적(gynocentric) 페미니즘이라고도 불린다.
동일성 접근법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생각은 남성과 여성[2]이 중요한 모든 측면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만큼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그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며, 그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기를 거부하는 체계는 젠더의 차원에서 잘못되었거나 불의한 것이다.
첫 번째 글에서 이 접근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그것은 동등한 대우가 여성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종류의 부당함들, 곧 페미니즘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에 대해 항상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차이 접근법은 이러한 문제를 피하는 페미니즘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동일성 접근법은 남성이 중요한 어떤 측면에서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성차별주의자에 대한 대응으로 남성과 여성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차이 접근법은 성차별주의자의 논리를 뒤집어서 적어도 때로는, 아마도 많은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물론, 실제로 주장하는 것은 다음에 더 가깝다.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특성과 자질들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저평가되거나 평가 절하되어 왔으며, 이들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도록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이론적 관점에 따라, 여성성에 결부되는 특성과 자질들은 자연적 성향, 사회적 성향, 또는 이들의 혼합의 결과로 그렇게 연관된 것으로 설명된다. 동시에, 차이 접근법은 남성성이 정상적이고 중립적이며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여러 방식들을 폭로한다.
예시를 통해 이 관점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생각해 보자. [이전 글에서] 동일성 접근법의 지지자로 다룬 바 있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여성이 정치 참여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는 관련된 중요한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밀보다 수십 년 후에 차이 접근법을 사용한 제인 애덤스(Jane Addams)는 여성이 정치 참여에 특별히 적합하기 때문에 그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3] 그녀는 도시를 운영하는 데는 가정을 운영하는 것과 같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사람들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먹이고, 충족시키는 등의 일이 포함된다. 여성들은 가정 운영에 능숙하므로, 도시 운영에도 능숙할 것이며, 따라서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증에서 말하는 바는 자연적인 것이든 사회화된 것이든 간에 여성의 고유한 재능이 그들에게 이 영역에 대한 특별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증 전략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성차별주의자의 전제를 받아들이지만, 남성이 우월하다는 주장은 거부한다.
다른 학자들도 여러 다른 영역에서 이와 유사한 논증 전략을 사용했다. 캐럴 길리건(Carol Gilligan)의 유명한 주장처럼, 여성들은 독특하고 가치 있는 도덕적 목소리(moral voice)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4]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가 지적했듯이, 여성들은 특별한 농업 지식을 제공할 수도 있다.[5] 사라 러딕(Sara Ruddick)이 제안했듯이, ‘어머니역할’(mothering)이 여성들을 더 평화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6] 여성성은 흔히 특정한 특성들—수동성, 감정, 공동체, 가정—과 연관되며, 이는 다른 소위 남성적 특성들—능동성, 이성, 개인성, 일—과 대립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후자의 특성들이 사회에서 더 높이 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전자의 특성들이 선호되어야 할 맥락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약 사회가 이러한 특성들 중 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기도록 구조화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동일성 접근법의 한 가지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실제로 다르게 대우받아야 하는 경우들을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여성에게 성공할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은 체제에서 구직자나 대학 지원자를 평가할 때와 같은 경우이다. 차이 접근법은 차별적 대우를 쉽게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러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어쩌면 여성의 경험이나 자질은 전통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분야의 직무에도 적합하지만, 남성적 특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이러한 분야의 의사 결정자들의 판단이 흐려져 있었을 수도 있다. 관련된 여성적 특성들을 재평가한다면, 여성이 더 많이 고용되고 기업도 더 나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차이 접근법은 충분히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 고용의 예를 계속 살펴보면,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특성들이 특정 비즈니스 맥락에서는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해당 비즈니스가 남성적 특성들이 선호되는 세계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한 우연일 수도,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차이 접근법의 옹호자들은 평가 절하된 것의 가치를 높이려는 자신들의 논증 전략에 의해 제약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여성들에게 전반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여성들이 그들이 가치를 더한다고 다른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영역으로만 기회의 확장을 제한하거나, 기존과 같은 만큼의 기회만을 가지되 외부의 인정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어느 정도의 진전이라 할 수는 있겠으나, 여성과 남성 모두가 가진 다양한 재능, 경험, 관심사들을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물론, 동일성 접근법의 옹호자들이 그들에 대한 비판에 대응할 수 있는 것처럼, 차이 접근법의 옹호자들도 이러한 반론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접근법 모두를 괴롭히는 더 깊은 문제가 있다. 캐서린 맥키넌(Catharine MacKinnon)이 말했듯이, “[동일성 접근법은] 남성들이 접근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접근 기회를 여성들에게도 부여한다. […] 차이 접근법은 […] 현존하는 조건 하에서 여성으로서 우리가 가진, 또는 가지게 된 고유한 특성들(즉, 남성과 다른 특성들)에 가치를 부여하거나 보상하려고 한다.”[7]
두 접근법의 명백해 보이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동일성 접근법과 차이 접근법은 모두 기존 체제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더 넓은 종속 체계라는 맥락에서 이러한 동일성과 차이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에 대해 적절하게 의문을 제기하지 못한다. 그들은 왜 체제가 이런 방식으로 구축되었는지를 묻지 않은 채, 단순히 그 체제 내에서 여성에 대한 최선의 대우를 추구할 뿐이다. 맥키넌과 다른 학자들이 선호하는 지배 접근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며, 이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글에서 다룰 주제가 될 것이다.
주석
[1] Hackett, Elizabeth, and Sally Haslanger. Theorizing Feminisms: A Rea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2] 다시 한 번 다음 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나는 이 글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범주가 실재하고 가능한 젠더의 범위를 모두 포괄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내가 여기에서 다루는 사상가들이 그렇게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페미니스트들은 한쪽에는 남성이 있고 다른 쪽에 여성이 있는 엄격하고 고정된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 이분법이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인다. 성별, 젠더 정체성과 표현, 성적 지향이 어떻게 갈리는지에 대한 개요는 여기를 참고하라.
[3] Addams, Jane. “Women and Public Housekeeping” printed in Hackett, Elizabeth, and Sally Haslanger. Theorizing Feminisms: A Rea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4] Gilligan, Carol. In a Different Voice: Psychological Theory and Women’s Development.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3.
– 번역본 1: 캐럴 길리건, 이경미 역, 『침묵에서 말하기로: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 심심, 2020.
– 번역본 2: 캐럴 길리건, 허란주 역, 『다른 목소리로』, 동녘, 1997.
[5] Shiva, Vandana. “Women’s Indigenous Knowledge and Biodiversity Conservation” printed in Hackett, Elizabeth, and Sally Haslanger. Theorizing Feminisms: A Rea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6] Ruddick, Sara. “Notes Toward a Feminist Maternal Peace Politics” printed in Hackett, Elizabeth, and Sally Haslanger. Theorizing Feminisms: A Rea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7] MacKinnon, Catharine. “Difference and Domination: On Sex Discrimination” printed in Hackett, Elizabeth, and Sally Haslanger. Theorizing Feminisms: A Reader.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강조 추가됨).
참고문헌
- – 번역본 1: 캐럴 릴리건, 이경미 역, 『침묵에서 말하기로: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 심심, 2020.
- – 번역본 2: 캐럴 길리건, 허란주 역, 『다른 목소리로』, 동녘, 1997.
관련 에세이
Feminism Part 1: The Sameness Approach by Annaleigh Curtis (번역본: 페미니즘 제1부: 동일성 접근법 – Annaleigh Curtis)
Feminism Part 3: The Dominance Approach by Chelsea Haramia (번역본: 페미니즘 제3부: 지배 접근법 – Chelsea Haramia)
What Is Misogyny? by Odelia Zuckerman and Clair Morrissey
저자 소개
애널리 커티스(Annaleigh Curtis)는 하버드 로스쿨(Harvard Law School)에서 법학박사(JD) 학위를,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대학에서 여성학 및 젠더 연구 대학원 과정 수료증(Graduate Certificate)을, 그리고 워시번 대학교(Washburn University)에서 철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보스턴에서 지적재산권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학문적 관심사는 사회 인식론, 도덕 인식론과 방법론, 페미니즘 철학, 법철학을 포함한다. https://papers.ssrn.com/sol3/cf_dev/AbsByAuth.cfm?per_id=2361641
이 글은 Annaleigh Curtis의 Feminism Part 2: The Difference Approach를 번역한 것입니다.
1000-Word Philosophy 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