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혐오스러운 믿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까? – John Schwenkler

우리가 내리는 많은 선택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흔히 이러한 선택은 무언가를 배우거나, 이해를 넓히거나, 사고방식을 개선하는 등, 어떤 종류의 발전을 위한 것일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선택으로 인해 우리의 인지적 관점이 발전이 아닌 퇴보의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FX 텔레비전 쇼 <더 아메리칸즈>(The Americans, 2013~)에 등장하는 엘리자베스와 필립 제닝스를 생각해 보자. 이들은 1980년대 러시아 스파이로, 미국에 살면서 첩보 활동을 하는 인물들이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들은 자신들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므로 그들의 사상에 노출되고 종종 자신도 그러한 사상을 가진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러한 임무를 받은 사람이 임무 수행 과정에서 자신이 거짓되고 혐오스러운 생각에 지금보다 더 공감하게 될까봐—이러한 생각들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그것들을 자주 접하고 받아들이는 척하며 보낸 시간 때문에 세상에 대한 지금의 이해가 어느 정도 손상되어서 그러한 생각들에 공감하게 될까봐—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런 구조를 가진 다른 사례들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친구가 보라고 권유한 다큐멘터리가 당신이 생각하기에 위험할 정도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또는 당신이 공부하려는 학문 분야가 당신이 거부하는 이념적 전제들을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어떤 선택이 당신의 인지적 관점을 바꾸는 방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직무 수행을 위한 것이거나 당신이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친구와 함께 있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면 그것은 좋은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식이나 이해를 잃을 가능성, 즉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사고방식이 흐려질 가능성은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이런 상황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 기후 변화 회의론자가 해양학 수업을 들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후 변화는 사기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면 내가 기후 변화를 믿는 쪽으로 더 기울게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들이 있다. 독단적이고, 이념적이며, 편협하고, 진실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이는 우리가 되고 싶은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람과 우리가 상상했던, 특정 혐오스러운 견해들이 거짓이라는 자신의 이해가 흐려질 것을 우려해 임무를 거절할 것을 고려하는 스파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런 사례들은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특정 선택이 우리의 지식, 이해,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고려할 때, 우리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인지적 관점에 따라 이를 평가한다. 즉, 그 선택이 관점의 개선으로 이어질지, 악화로 이어질지를 현재의 인지적 관점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독단적이고 편협한 방식으로 현재의 관점에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단지 현재의 관점에 비춰볼 때 그것이 퇴보로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의 인지적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종류의 인지적 경계심을 완전히 버리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인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지나친 것이며, 언제 이러한 경계심이 적절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현재의 인지적 관점을 신뢰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신 어떤 다른 관점을 신뢰할 것인가?)

이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매력적인 가정을 포기해야만 한다. 어떤 사람이 동네 식료품점이 오늘 문을 열었다고 믿고 우유를 사러 갔다고 상상해 보자. 하지만 그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는 오늘이 공휴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그의 행동은 여전히 어떤 면에서 이해할 만하다. 그는 가게가 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곳에 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가게가 문을 열었기 때문에 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람이 가게에 간 것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지만, 그는 단순히 가게가 열었다는 생각이 아닌 가게가 열었다는 앎을 가졌을 경우만큼 좋은 이유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만약 그가 앎을 가졌다면, 단순히 가게가 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열었기 때문에 가게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구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이제 스파이와 기후 변화 회의론자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어떤 스파이가 증오에 찬 극단주의자 집단에 침투하는 임무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이 임무를 수락해야 할까? 만약 그가 이 극단주의자들의 견해가 거짓되고 혐오스럽다는 것을 안다면, 그는 이러한 거짓됨과 혐오스러움 때문에 임무를 거절할 수도 있다. 이는 확실히 좋은 이유처럼 보인다. 이 극단주의자들의 견해는 실제로 혐오스럽고, 이 임무는 스파이가 이러한 견해에 더 동조적으로 변하게 할 위험이 있으니, 그는 다른 임무를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 회의론자의 경우는 이와 같지 않다. 그 회의론자는 기후 변화가 사기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애초에 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우리가 상상했던 사람이 가게에 간 것이 그곳이 열려 있기 때문일 수는 없듯이, 그가 수업을 듣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이 기후 변화가 사기이기 때문일 수는 없다. 회의론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은 기후 변화가 사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수업을 피하는 것이다. 이는 이해할 만한 선택이지만,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실임을 알았다면 가졌을 만큼 좋은 이유에 근거한 선택은 아니다.

이러한 논리가 옳다면, 독단적이거나 편협한 사람과 적절한 인지적 경계심을 발휘하는 사람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후자는 자신이 거부하는 선택이 자신의 인지적 관점에 해로울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반면, 전자는 단지 그렇게 믿을 뿐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선택이 자신의 인지적 관점에 해를 끼칠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순히 그 선택이 자신의 인지적 관점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거부할 수 있다. 반면, 단지 그것을 믿을 뿐인 사람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이유에서만 그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알지 못하고 순전히 믿음만을 가지고 그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사람도 여전히 자신이 해당 사안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기후 변화는 사기라거나 지구의 나이가 1만 년도 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이런 경우 그는 자신의 선택이 단순히 자신의 믿음이 아닌 사실 자체에 근거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쁜 종류의 이유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지적 경계심을 발휘하여 우리의 이해가 손상되거나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잃을 가능성을 피하고자 할 때, 우리도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는 것을 무엇이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저자 소개

존 슈웬클러(John Schwenkler)는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the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의 철학 교수이자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Leipzig University)의 훔볼트 방문 연구원이다. 그는 Anscombe’s Intention: A Guide (2019)의 저자이며, Becoming Someone New: Essays on Transformative Experience, Choice, and Change (2020)의 공동 편집자이고 Reading Philosophy: Selected Texts With a Method for Beginners (2nd ed, 2020)의 공동 저자이다.


이 글은 Aeon에 게재된 Should you shield yourself from others’ abhorrent beliefs?을 번역한 것입니다.
Aeon의 번역 및 배포 기준을 준수하여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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