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 Massimo Pigliucci


주님, 저에게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이것은 원래 1934년경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가 작성한 평온을 비는 기도(the Serenity Prayer)로,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모임(Alcoholics Anonymous) 및 그와 유사한 단체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도문이다. 이는 단지 중독에서 회복하는 과정에 있어 핵심적인 단계일 뿐만 아니라, 행복한 삶의 비결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행복한 삶이란,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평정심을 가지고 받아들임으로써 도달하게 되는 평온한 삶을 말한다.

이 기도 뒤에 담긴 정서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8세기 불교 경전과 11세기 유대교 철학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버전은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Epictetus)로 거슬러 올라간다. 2세기 로마와 그리스 서부의 니코폴리스(Nicopolis)에서 활동했던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는 반면, 우리가 책임질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전자에는 우리의 판단, 충동, 욕망, 혐오, 그리고 일반적인 정신 능력들이 포함되며, 후자에는 신체, 물질적 소유물, 평판, 지위 등 한마디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 만약 당신이 진정으로 당신에게 속한 것이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결코 강제나 방해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기꺼이 행할 것이다. 당신에게는 단 한 명의 경쟁자도 없을 것이며, 누구도 당신을 해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어떤 종류의 해악으로부터도 영향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에픽테토스의 약속(Epictetus’ promise)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만약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의 차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당신은 심리적으로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운의 좋고 나쁨에도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의식적인 연습(mindful practice)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그것이 효과가 있음을 확신한다. 한 가지 예로, 작년에 나는 로마에서 마침 스토아주의에 관한 책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느 늦은 오후 나는 콜로세움 근처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혼잡한 지하철 칸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저항을 느꼈다. 바로 앞에 있던 한 젊은 남자가 내 앞길을 막고 있었고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잠시 후에, 하지만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 주의가 그에게 쏠려 있는 사이에 그의 동료가 내 왼쪽 앞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훔쳐서는 곧바로 열차 밖으로 나갔고, 그도 바로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문이 닫히고 기차는 출발했고, 나는 현금도, 운전면허증도 없이, 신용카드 몇 장을 취소하고 재발급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스토아주의를 실천하기 전이였다면, 이런 상황은 매우 나쁜 경험이었을 것이고, 나는 잘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화가 나고 짜증나고 분노했을 것이다. 이 불쾌한 기분은 저녁 내내 이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비교적 피해가 경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충격은 아마도 며칠 동안 지속되었을 것이며, 분노와 후회가 파괴적으로 교차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몇 년 동안 스토아주의를 실천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에픽테토스의 약속이었다. 나는 로마의 도둑들을 통제할 수 없었고,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미래에 참고할 수 있도록 기억해 둔 후, 대신 그곳에 머무는 남은 기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할 수는 있었다. 결국 어떤 비극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나는 저녁 모임에 참석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영화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 대화를 즐겼다. 내 동생은 내가 그렇게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받아들인 것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스토아주의의 통제의 이분법(Stoic dichotomy of control)을 내면화하는 것의 힘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방금 설명한 에피소드에서와 같은 사소한 일상의 불편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전투기 조종사였던 제임스 스톡데일(James Stockdale)은 격추되어 7년 반 동안 호아로(Hoa Lo)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고 자주 독방에 고립된 채로 지냈다. 그는 에픽테토스 덕분에 그 시련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포로로 잡힌 극한 상황에 즉시 통제의 이분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고위 장교로서 감옥 내부에서의 저항 운동을 이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스톡데일과 같은 곤경에 처하지는 않지만, 일단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통제의 이분법은 일상생활의 수없이 많은 부분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은 한 가지 결정적인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바로 우리의 목표를 외적인 결과에서 내적인 성취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승진을 위해 이력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승진 자체가 당신의 목표라면, 당신은 스스로를 실망할 가능성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그 목표를 이루리라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결과는 당신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결과는 당신의 노력과는 무관한 여러 변수들, 가령 다른 직원과의 경쟁 가능성이나, 어쩌면 상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당신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목표는 내적인 것이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스토아적 방식을 채택한다면, 당신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이력서를 작성한 다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평정심을 가지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우주가 당신을 도와주고 때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자신의 행위의 결과가 아닌 것에 화를 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것은 단순히 그 상황에 자해적인 상처를 더하고 행복과 평온을 해치는 일이다.

이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조언이 아니다. 나는 분명히 당신의 목표가 가능한 최선의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이 항상 우리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현명한 사람의 특징이다. 만약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가장 좋은 조언은 상황을 수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테니스 경기에서 이기기를 원하는가? 그것은 당신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하는 것은 당신의 통제 하에 있다. 당신의 연인이 당신을 사랑해주기를 바라는가? 그것은 당신이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당신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그것은 당신의 통제 하에 있다.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원하는가? 그것은 당신이 통제할 수 없다. (당신이 블라디미르 푸틴이 아닌 이상!) 하지만 당신은 정치 활동에 참여하기로 선택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다. 우리 삶의 이러한 측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내부적으로 목표를 바꾸는 데 성공한다면, 당신은 누구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을 것이며, 단 하나의 경쟁자도 갖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으므로 그것에 대해 마음 쓰고 괴로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당신은 인생의 굴곡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더 평온한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저자 소개

마시모 피글리우치(Massimo Pigliucci)는 작가, 블로거, 팟캐스터이자 뉴욕시립대학교(the City College of New York) 철학과의 K D 이라니(K D Irani) 교수이다. 진화생물학, 과학철학, 유사과학의 본질, 실천철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How to Be a Stoic: Using Ancient Philosophy to Live a Modern Life (2017)과 Nonsense on Stilts: How to Tell Science from Bunk (2nd ed, 2018)가 있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Think Like a Stoic: Ancient Wisdom for Today’s World (2021)가 있다.


이 글은 Aeon에 게재된 To be happier, focus on what’s within your control을 번역한 것입니다.
Aeon의 번역 및 배포 기준을 준수하여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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