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되고 설득력 있는 것을 거짓되고 유해한 것과 분리하기 – David V Johnson

거짓되고 악의적인 발언이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인종차별과 폭력이 급증할 때, 사회에서는 권리로서의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와 그것의 역할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그 한계는 무엇인지, 규칙은 어떠해야 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복잡한 문제이며,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러시아가 자금을 지원한 트롤 농장의 프로파간다(페이스북 데이터 유출로 인해 강화됨)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데 도움을 주었을 수 있다. 대안 뉴스 매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음모론은 때때로 폭력 사태로 이어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주류 뉴스 매체가 [다양한 관점들을] 균형 있게 보도하려 하고, 뉴스 가치가 있는 공적 발언을 다루고자 하고, 더 많은 시청자나 독자를 끌어들이고자 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근거 없고 선정적인 주장을 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그의 저서 『자유론』(On Liberty, 1859)에서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그리고 자율성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옹호론을 제시한다. 밀은 혐오 발언이나 폭력 선동과 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으려는 것만이 언론을 제한할 이유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모든 언론은 보호되어야 한다. 밀은 우리가 어떤 견해가 거짓임을 알고 있더라도 그것을 억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우리가 믿는 바를 반대 주장에 맞서 옹호함으로써 편견과 독단을 피하고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오늘날 이러한 견해는 너무 순진한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밀의 주장은 여전히 개방된 사상의 시장을 믿고 있는 사람들, 즉 자유롭고 이성적인 토론이 진실과 거짓에 대한 모든 논쟁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더 적합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 대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파벌주의와 조작이 가득한 무법천지로서, 소셜 미디어 전문가들이 행동 심리학 연구를 이용해 사용자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받아들이고 퍼뜨리도록 만드는 곳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인지적 버블 안에서 살며 서로의 편견과 선입견을 공유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러한 보다 현실적인 견해에 따르면, 우리의 새로운 세상(our brave new world)[역주1]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밀의 낙관론에 의존하기에는 선전과 음모에 너무 취약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파시즘과 절대주의 경향의 부상을 부추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미국 철학자 제이슨 스탠리(Jason Stanley)는 그의 저서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Fascism Works, 2018)[역주2]에서 러시아 텔레비전 네트워크 RT가 제시하는 온갖 종류의 편향적이고 오도하는 견해들을 인용한다. 스탠리는 만약 밀이 옳다면 RT와 같은 선전 매체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주장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지식 생산의 전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밀의 논증에 대한 귀류법적 논박(reductio ad absurdum)[역주3]이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의 알렉시스 파파조글루(Alexis Papazoglou)는 영국의 전 부총리이면서 최근 페이스북의 글로벌 업무 및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이 된 닉 클레그(Nick Clegg)가 밀의 『자유론』에 대한 그의 높은 평가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파파조글루는 이렇게 썼다. “밀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에서는 대개 진실이 승리하는 반면, 검열 하에서는 거짓뿐 아니라 진실도 의도치 않게 억압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이는 거짓된 이야기가 진실에 근거한 대응보다 더 빠르게 더 널리 퍼지는 경향이 있고 밈과 낚시성 기사가 넘쳐나는 온라인 시장의 시대에는 다소 구시대적으로 보이는 견해다.”[역주4]

중요한 사안에 대한 거짓된 믿음과 이론이 공적 대화에서 힘을 얻을 때, 언론의 자유 보호에 대한 밀의 주장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선정적인 신문의 시대였던 밀의 시대에서든 우리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든 “가짜 뉴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을 언론의 제한에서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당신이 침묵시키기 원하는 반자유주의 세력에게 신뢰성을 부여한다. 또한 이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엘리트주의를, 그리고 동료 시민들에게 스스로 혼란을 헤쳐나갈 자유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냉소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가 자유 민주주의 사회(liberal democratic society)에서 살고자 한다면, 이성적인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우리는 언론을 제한하려 하기보다는 밀의 견해를 보완하여, 나쁜 행위자들을 다루고 거짓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설득력 있어 보이는 믿음들을 다룰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들을 찾아야 한다.

가짜 뉴스와 선전은 확실히 문제이며, 이것은 밀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주장들이 거짓이라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들이 거짓된 주장이라는 것은 독특한 것이 아니다. 최근의 신문 정정 기사들을 보면 [어느 매체에든 거짓된 정보가 실리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것들에는 나쁜 행위자들(bad actors), 즉 고의로 거짓된 견해를 진실로 가장하고 자신들의 본성과 동기를 숨기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트롤 농장을 생각해 보라.) 누구든 자신이 나쁜 행위자, 즉 속이려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정당하다. 당신을 속이려 하는 사람의 주장은 시간을 들여 고려할 가치가 없다.

밀의 사상 어디에도 우리가 모든 거짓된 견해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없다. 거짓된 견해는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선별적일 수밖에 없다. 핵심은 투명성이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투명성은 불필요한 잡음을 걸러내고 책임성을 강화하여, 다른 사람들을 오도할 목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나쁜 행위자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밀의 비판자들은 그들이 제한하기를 바라는 거짓된 견해에 섞여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이러한 진실의 요소는 그 견해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RT는 미국의 금융 위기, 경제적 불평등, 제국주의와 같은 많은 문제를 주류 뉴스 채널보다 더 정확하게 다뤄왔다. RT는 또한 다른 매체에서는 무시되는 취재원들을 포함한다. 이 채널은 미국을 비하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쪽으로 편향되어 있을 수 있지만, 종종 그러한 계획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주류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진실을 말한다. 양식 있는 뉴스 시청자들은 RT와 모든 뉴스 출처들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알고 있다. 당신이 스스로가 동료 시민들보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더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모든 시청자들에게로 이같은 존중을 확장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밀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견해가 단순히 거짓이기보다는 진실과 거짓이 혼합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생각은 옳다. 우리가 혐오하는 견해를 그것이 거짓이라는 이유로 금지하려 하기보다는 그 안에 있는 진실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심리학자이자 유튜브 스타인 조던 피터슨(Jordan Peterson)은 거짓되고 여성 혐오적이며 반자유주의적인 발언을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 이유는 그가 많은 젊은 남성들의 삶에서 의미와 가치의 결핍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말하기 때문일 수 있다. 여기서 올바른 접근 방식은 이성적 고찰을 통해 진실되고 설득력 있는 것과 거짓되고 유해한 것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밀의 길을 따르는 것은 우리가 혐오하는 견해에 빠진 사람들을 설득할 더 나은 기회를 제시한다. 또한 밀이 현명하게 제안한 것처럼 그것은 우리 자신의 이해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2019. 4. 23.


저자 소개

데이비드 V. 존슨(David V Johnson)은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의 부편집장이다. 이전에 그는 알 자지라 아메리카(Al Jazeera America)의 선임 오피니언 편집자였으며,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와 USA 투데이(USA Today)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살고 있다.


역주

[1] ‘Brave new world’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템페스트』(The Tempest)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소설『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의 영어 제목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 표현은 보통 기술적 진보나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진 새로운 세상을 의미하지만, 그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반어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 번역본: 제이슨 스탠리, 김정훈 역, 『우리와 그들의 정치: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솔출판사, 2022.

[3] 주장으로부터 도출되는 결과가 터무니없거나 모순적임을 보임으로써 주장을 논박하는 것.

[4] https://newrepublic.com/article/152939/john-stuart-mill-doto-fix-facebook


이 글은 Aeon에 게재된 How do we pry apart the true and compelling from the false and toxic?을 번역한 것입니다.
Aeon의 번역 및 배포 기준을 준수하여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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