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 이야기는 함께 써 내려가는 서사다 – Pilar Lopez-Cantero

두 커플이 각각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첫 번째 커플은 식사 내내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글거리는 애칭을 부르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식탁 너머로 손을 잡고 다정하게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함께 침실로 향한다. 두 번째 커플은 조용히 식사를 하고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다. 이후 그들은 같은 방에 있지만 각자 떨어져 앉아 책을 읽는다.

두 커플 모두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멜버른 대학교(the University of Melbourne)의 철학자 캐런 존스(Karen Jones)는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그녀는 사랑을 ‘해석 의존적 궤적(interpretation-sensitive trajectory)’이라 부른다. 궤적이란 과정(process)을 의미한다. 직업이나 취미를 잠깐 동안만 가지는 것이 아니듯이, 사랑을 하는 것 역시 한순간만의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 특정 사람에게 사랑의 한 장면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 전후에 일어난 일들에 달려 있다. 마치 어떤 행동이 특정 사람을 작가나 뜨개질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 그 전후에 일어난 일들에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 개별 행동은 계속 진행되는 서사 속에 자리를 잡고, 그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 같은 행동이라도 다른 서사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커플에게는 떨어져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사랑의 표현과는 정반대의 행동일 수 있다. 그것은 관계가 무너졌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반면 두 번째 커플에게 이 행동은 그날 저녁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방식에 대한 완벽한 이해일 수 있다.

우리는 함께 사랑의 이야기를 써 나가며, 그 서사 안에서 우리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하나의 서사 안에서 개별 사건들은 서로를 통해 의미를 얻는다. 파트너와 함께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연애 관계의 일부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수년간 함께 살면서 책에 대한 각자의 열정을 나눈 것과 같은 다른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관계를 어떻게 개념화(conceptualise)해왔는지에 따라 그것이 사랑의 한 장면으로서 의미를 갖게 되며, 이러한 개념화 방식은 어떤 의미에서 두 사람만의 고유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파트너와 함께 조용히 소설을 읽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지만, 직장 동료 옆에서 조용히 법률 문서를 읽는 것은 그렇지 않은 이유다 (물론 그 동료가 동시에 당신의 연인이고, 직장 서사와 얽힌 또 다른 사랑의 서사가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렇게 말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관계에서든 우리는 동시에 작동하는 여러 수준의 서사의 영향을 받으며, 우리가 공유된 이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공유되지 않은 것일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각자는 세 가지 수준의 서사를 통해 낭만적 사랑에 대한 개인적 개념화(conceptualisation)를 하게 된다. 미시간 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의 철학자 힐데 린데만(Hilde Lindemann)은 특정한 행동들과 연관된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서사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Holding and Letting Go (2014)에서 그녀는, 예를 들어 임신이 특정 음식을 먹거나 SNS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육아 서적을 읽는 행동과 연관된다고 설명한다. 이 모든 것은 임신 서사에서 기대되는 일들이며, 이러한 서사는 부분적으로 사회적으로 형성된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서사와 관습적으로 연관된 특정한 행동 방식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문화로부터 (흔히 대중문화로부터) 얻는다. 여기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 디즈니 공주 이야기, 의무와 낭만적 사랑 사이의 갈등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에서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가 한 대사를 떠올려 보자. “우리에겐 언제나 파리가 있을 거야(We’ll always have Paris).” 함께한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한 향수를 담은 대사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가 허구의 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오면서 사랑을 개념화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우리는 또한 자기만의 특별한 관계 서사를 갖는다. 멤피스 대학교(University of Memphis)의 철학자 데보라 톨레프센(Deborah Tollefsen)과 숀 갤러거(Shaun Gallagher)가 2017년에 제시한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우리-서사(we-narratives)의 일종이다. 연애 관계의 경우, 이 ‘우리’는 구체적으로 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각각의 연애 관계는 고유한 우리-서사를 가지며, 이는 관계에 의해 형성되기도 하고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연애 관계를 정의하는 방식을 형성할 수 있다. 특정한 행동 방식들, 가령 신체적 애정 표현을 얼마나 하는지와 같은 것들은 한 장면이 되고, 그것이 습관과 기대를 만든다. 어떤 관계에서 자연스러운 것이 다른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우리-서사를 가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개인의 서사가 있다. 우리 대부분은 살아가며 한 번 이상 연애 관계를 경험할 것이며, 이러한 각기 다른 우리-서사들 역시 무엇을 사랑으로 여길 것인지에 대한 정의의 청사진이 된다. 이 서사들은 우리의 기대를 형성하며, 우리가 희망하거나 분명히 피하고자 하는 우리-서사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의 결합을 통해, 우리는 각자에게 어떤 행동들이 사랑으로 여겨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개인적 해석의 틀을 얻게 된다. 우리는 자신이 살아가는 문화적, 개인적 이야기들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문화적 이야기들에 노출되며, 인생의 흐름도 서로 상당히 닮은 경우가 많다 (성장하고, 경력을 쌓고, 상호적이며 지속적인 연애 관계들을 통해 충족감을 추구하는 등). 그러나 개인의 차이도 존재하며, 이것이 오해와 긴장, 실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트너가 당신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거나 더 적은 신체적 애정 표현을 기대할 때, 또는 배타적 연애 관계와 정서적 독점에 한 사람의 기대가 상대방의 서사와 충돌할 때 그렇다. 서로가 매우 다른 기대들을 만들어내는 서사를 가진 경우, 실망과 원망은 거의 불가피하다.

사랑에 쉬운 해답은 없다. 하지만 서로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서사들이 사랑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얼마나 형성하는지 인식하게 된다면,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에게는 노래, 영화, 시트콤에서 나온 조잡한 낭만 클리셰가 얼마나 우리의 서사를 형성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할 철학적 의무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들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 모두가 복잡한 연애 서사의 그물망에 얽혀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서사를 진정으로 함께 쓰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이야기의 등장인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는 창작자이기도 하다. 서로를 더 잘 사랑하기 위해 우리는 이것을 존중해야 한다. 세상이 우리에게 완벽하게 맞는 이야기 파트너를 주지는 않겠지만, 각자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한다면 사랑은 꽃피지 못할 것이다.


저자 소개

필라르 로페스-칸테로(Pilar Lopez-Cantero)는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의 철학 강사이다. 그녀의 연구 분야는 윤리학과 도덕 심리학이며, 특히 개인적 관계와 서사, 자기 개념에 대해 연구한다.


이 글은 Aeon에 게재된 Your love story is a narrative that gets written in tandem를 번역한 것입니다.
Aeon의 번역 및 배포 기준을 준수하여 한국어 번역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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